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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독거중년’이 몰려온다…‘뉴노멀’ 일까 ‘약자’일까

관리자 0 464 2018.10.21 13:52

1인가구 40%가 독거중년인데…복지에선 ‘사각지대’
외로운 독거중년 복지 필요할까…학계서도 의견 분분

© News1


직장인 이모씨(47)는 퇴근이 즐겁다. 오후 6시, 서둘러 회사를 빠져나온 그의 발걸음은 서울의 한 볼링장으로 향했다. 동호회 사람들과 2시간쯤 볼링경기를 즐긴 이씨는 가벼운 맥주와 함께 치킨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오후 11시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와인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주말에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한 뒤 교외로 드라이브를 갈 계획이다. 이씨는 2년 전 이혼하고 ‘나 홀로 삶’을 즐기는 ‘독거중년’이다.

◇자유는 늘었지만 외로움도 많아져

이씨와 같은 ‘독거중년’은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 국내 1인가구 수는 561만8000여 가구로 집계됐다. 2015년(520만 3000가구)보다 41만5000가구가 더 늘었다.

이중 40~64세 중장년 1인가구는 225만5000여 가구로 전체 1인가구 중 40%를 차지했다. 바야흐로 ‘독거중년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화려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거중년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과 ‘질병’이다. 이씨는 “25년 넘게 일해 서울에 집 한 채를 마련했지만, 넓은 집에서 혼자 끼니를 때울 때면 울컥하고 외로움이 엄습할 때가 있다”며 “문득 ‘이러다가 병이라도 걸려 고독사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독거중년 김모씨(53)는 매달 누나가 가져다주는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김씨는 “요리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주방이 있어도 인스턴트로 때우거나 밖에서 사 먹는다”며 “열무김치를 좋아하는데 내 손으로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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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나 저소득 때문에 가정을 꾸리지 못한 독거중년도 있다. 만성신부전증 탓에 직업을 갖지 못한 최모씨(46)는 18년째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독신으로 살아왔다.

최씨의 가장 큰 두려움도 ‘고독’이었다. 인근 교회나 돌봄센터로 봉사를 다니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고 전한 그는 “가끔 갑자기 쓰러질 때가 있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다”며 “무연고 고독사로 생을 마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걱정했다.

◇독거중년 위한 복지 늘고 있지만…아직은 ‘사각지대’

독거중년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위한 복지제도도 하나둘씩 도입되고 있지만, 청년일자리나 노인복지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복지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5일 64세 미만 독거남성을 대상으로 한 ‘소금 빼고 건강 더하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성인병 발병군에 놓인 중년남성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단절된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서울 마포구청도 올해 초부터 ‘1인 중장년층의 심신회복을 위한 전담주치의 사업(더 이음 프로젝트)’을 시작했다. 구청 관계자는 “마포구 주민센터를 통해 신청받은 독거중년 50명에게 건강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연말 성과검토를 거쳐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점차 독거중년을 대상으로 한 복지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지만, 심리치료나 건강진단, 소규모 활동에 그치는 ‘걸음마’ 수준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중년 1인가구를 위한 심리·정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151개 센터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내년부터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시행 센터도 늘릴 계획이지만 아직 독거중년을 위한 복지정책은 미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인가구 복지를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도 “40세 미만 청년이나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간에 놓인 40~50대 중년 복지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65세 전이라면 생활이 어려워도 아무런 보조금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교수는 “실업이나 재취업 등 일자리 지원은 젊은이에게, 질병에 대한 복지는 노인에게만 몰려있다”며 “반면 40~60대 중년은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축적된 자산이 있는 세대로 간주되기 때문에 제도적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는 퇴직연령이 빨라지고 있고, 재취업 경쟁력도 40대 이하 청년층보다 낮은데도 중년을 위한 정책은 미비하다”며 “그런데도 중년을 위한 사회적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거중년, 가족 대체할 ‘차세대 규범’일까 ‘약자’일까

독거중년을 ‘뉴노멀’(차세대 사회규범)으로 볼 것인지, 사회적 보살핌이 필요한 ‘약자’로 볼 것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황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인가구의 증가는 가족이 약화되고 파편화된 개인이 중시되는 현상”이라며 “남성들이 전통적인 아버지 혹은 남편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 역할과 정체성을 모색하는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1인가구가 되는 경로는 취업문제, 이혼, 질병부터 취향과 자유의 중시까지 다양하지만,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나는 보편적 세대 경향이다. 황 교수는 “결혼을 미룬 20~30대가 누적되면서 독거중년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독거중년을 위한 복지정책에 대해 “개인이 외롭다는 이유로 정부가 개입한다면 ‘복지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혼사 사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고 일탈적으로 보였던 비정상적 상황이 정상화되는 ‘규범의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독거중년의 ‘고독’이 아니라 ‘몰락하는 가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교수는 “젊은세대와 노인세대를 연결하는 ‘허리세대’가 더는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 혼자 사는 중년이 늘어난다는 것은 가족의 붕괴와 사회적 자본의 약화를 의미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몰락을 뜻한다”며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독거중년을 ‘약자’로 보고 개인 차원의 복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 교수는 “개인의 선택보다 취업이나 이혼 등 비자발적인 요인으로 독거중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면서 “퇴직 연령은 빨라지는 반면 50~60대 중년의 재취업 경쟁률은 낮고, 각종 질병에 취약한 세대이기도 하다”고 봤다.
 

다만 그도 ‘독거중년 복지’를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 교수는 “국가정책이 만들어지려면 대상이 되는 집단이 공통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이는 특성을 나타내야 한다”며 “아직은 독거중년의 애로사항은 공통적인 것보다 개별적인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두고 독거중년 전체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분석한 뒤 국가 차원의 복지로 대응할 것인지, 지자체와 비영리조직이 분담해서 독거중년을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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